새로운 기회, 그리고 도전

Jung-taek Lim
3 min readJan 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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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소위 극 소심 + 유리멘탈의 소유자라는 것을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을 도전하는 것은 마음이 굉장히 불편한 (걱정이 많아지는) 일이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불편한 마음을 다잡아 가며 실행한 도전들이 나를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게 해 주었던 것 같다.

‘LG 전자 MC 사업부’ 라는 서울 근무지의 그룹계열 신입사원을 박차고 ‘다음’ 이라는 제주의 IT 기업으로 입사했을 때도 많은 것들을 기회와 맞바꾸어야 했기에 오랜 시간 동안 고민의 나날을 보냈다. 병역특례를 했던 터라 집을 1달 이상 떨어져 지낸 적도 없었고, 당시만 해도 LG 전자의 분위기가 지금의 수준으로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많은 걱정을 하셨다. 많은 연수 동기들과 친하게 지냈던 건 아니지만 같은 팀에 연수 동기가 나 말고도 둘이나 더 있어서 팀 적응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나에게도, 부모님 입장에서도 절대 편하지 않은 도전이었다. 실제로 처음 반 년 정도 심적으로 많이 힘든 나날을 보냈고, 그만두는 것에 대한 생각도 하루에도 몇 번씩 했었다. 다행히도 지금 곁에 있는 직장 친구들 덕에 마음을 다잡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고 싶다.)

돌아보면 그 때의 선택은 신의 한 수 였다. 적성에 더 잘 맞는 일을 하고, 수평 문화의 메리트를 많이 누렸으며, 제주 라이프가 준 기회 (출퇴근 시간 단축, 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 등) 또한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다음' 으로 이직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개인 사업(?) 이라고 공공연히 표현하고 다녔던 ‘오픈 소스 공헌’ 은 ‘다음' 에서 심리적 안정을 갖게 된 나에게 또 다른 익숙하지 않은 도전을 제시했다. (어쩌다 나는 Open Source Committer 가 되었나 — Apache Storm 편에서 오픈 소스 공헌을 통해 얻은 직접적인 혜택을 조만간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제 공개해도 될 듯 하다.) 외국인 앞에서는 입을 못 떼는 나에게 외국 기업의 채용 기회가 제시된 것이다. (회사의 배려로 면접은 채팅으로 진행해서 영어 듣기/말하기가 채용 기회를 막진 않았다.) Main office 에서 일하지 않고 한국에 남는 것으로 결정되긴 했지만, ‘원격 근무' 또한 나에게 또 다른 도전으로 다가왔다. 다시 수많은 고민의 나날을 보냈지만, 더 높이 성장하기 위해 다시 불편해지기로 마음먹었다.

2016년 1월, 하둡 배포판 회사인 Hortonworks 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Member of Technical Staff — Real-Time Processing IoT 포지션으로 합류한다. Apache Storm 이 기반 기술의 한 축이라 완전히 새로운 도전은 아니지만, 입사까지 2주 조금 넘게 남은 지금도 잊을만 하면 ‘잘 해 낼 수 있을까’ 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음이 떨린다. 개인적인 다짐도 있겠지만, Hortonworks 가 한국 개발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고자 한다.

ps.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오픈 소스 공헌을 단순히 자원봉사 정도로 생각하고 얻는 결실이 없을 것을 우려해서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픈 소스 공헌이 주는 결실의 열매는 생각보다 달콤하다. 채용 기회가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요즘은 우대사항에 ‘오픈소스 공헌’ 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케이스를 보고 지금이라도 세상에 뛰어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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